부모가 희망을 내려놓지 말아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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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자폐를 치료해야 하는가 (희망을 말할 자격)
자폐라는 이름 앞에서 멈춰버린 시간
자폐증은 여전히 '치료가 불가능한 진단'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많은 전문가들조차 그렇게 말한다.
그래서일까.
자폐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많은 부모들은 마치 아이의 미래가 돌처럼 굳어버린 것 같은 두려움에 휩싸인다.
가능성의 문이 닫히고, 앞으로의 삶이 예측 불가능한 그림자로 덮여버린 것만 같다.
그러나 여기서 이야기를 끝낼 필요는 없다. 자폐를 단순한 '끝'으로 보지 않는 시선도 분명 존재한다.
자폐를 진단받은 아이들에게도 여전히 변화와 성장의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조기 진단, 집중적인 치료, 그리고 아이마다 다른 몸의 특성과 필요를 고려한 개별적 의료 개입이 이루어질 때,
아이들은 생각보다 놀라운 변화를 보여줄 수 있다고 말한다.
이 변화는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이미 많은 가족이 경험한 현실이다.
조기 개입이 만드는 변화의 여지
조기 개입은 아이의 삶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진다.
아이가 세상을 느끼는 방식, 몸이 반응하는 방식, 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은 생각보다 훨씬 유연하다.
단순한 위장 문제를 해결하는 것만으로도 공격성이나 짜증이 줄어들고, 수면 문제가 개선되면 학습 능력과 집중력이 열리기도 한다.
아이의 신체적 건강이 정비되면, 그동안 감각의 혼란과 통증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잠재력이 드러난다.
이런 변화들이 쌓이다 보면, 일부 아이들은 진단 기준에 더 이상 자폐에 해당되지 않을 만큼 증상이 완화되기도 한다.
그 과정을 '회복'이라고 부른다.
물론 모든 아이가 그 지점까지 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모든 아이가 반드시 회복한다'가 아니라,
'회복과 큰 호전의 가능성을 애초에 닫아버릴 이유는 없다'는 점이다.
아이의 미래는 어느 누구도 단정 지을 수 없다.
가능성은 돌처럼 굳어 있는 것이 아니라, 흙처럼 정성과 시간, 적절한 도움을 만나며 다른 모습으로 자라갈 수 있다.
치료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다
그렇다면 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이들을 치료하려 하는가.
자폐 진단을 받은 아이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많은 아이들이 그렇듯, 이 아이에게도 위장 장애 같은 의학적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자폐라는 진단명이 붙었다는 이유만으로 이 위장 문제를 방치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것은 천식을 가진 아이가 넘어져 다리를 부러뜨렸을 때, '천식이 있으니 다리 치료는 필요 없다'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을 단지 '자폐'라는 이름 때문에 치료하지 않는 것, 그것이야말로 비인도적이다.
정작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더 단순하다.
치료할 수 있는 병을 왜 치료하지 않는가.
삶을 불필요하게 더 힘들게 만드는 상태를 왜 그대로 두는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개인도 다른 누구와 똑같이
건강할 권리, 행복할 권리, 안전하게 보호받을 권리, 자신의 미래를 설계할 권리가 있다.
'문제 행동' 뒤에 가려진 의료적 현실
우리가 오랫동안 '문제 행동' 이라고 불러온 많은 것들은 사실 치료 가능한 의학적 상태와 깊게 연결되어 있다.
연구에 따르면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사람들 중 상당수가 치료 가능한 위장 질환, 수면 장애, 영양 불균형, 면역 문제 등을 함께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질환들은 오랫동안 '자폐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말 뒤에 가려져 왔다.
그 한마디가 아이의 통증을 설명해 버렸고, 실제 질환은 제대로 다뤄지지 못했다.
하지만 아이의 통증을 치료하면 행동이 달라지고, 감각적 혼란이 줄어들면 삶의 질이 눈에 띄게 달라진다.
신체가 편안해질 때, 아이는 비로소 세상과 연결될 여지를 갖게 된다.
치료의 본질은 '자폐를 지우는 것'이 아니다
'자폐를 치료한다'는 표현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마치 자폐라는 특성을 없애려는 시도로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치료의 본질은 거기에 있지 않다.
그것은 자폐를 지우는 과정이 아니라, 몸속에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부분을 찾아 바로잡는 기본적인 의료의 영역에 가깝다.
기능의학적 접근이 사용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이의 몸을 세심하게 살피고, 어떤 부분이 막혀 있는지, 무엇이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있는지, 어떤 영양소가 부족한지를 확인한 뒤
그 문제를 완화하거나 해결하는 치료를 진행한다.
이는 누구나 아플 때 병원에서 기대하는 과정과 다르지 않다.
자폐 아동에게만이 기본적인 의료 과정이 예외가 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
회복이라는 결과보다 중요한 것
이 과정에서 일부 아이들은 더 이상 ASD 진단 기준에 해당되지 않을 만큼 호전되기도 한다.
그러나 회복이 모든 것을 설명하는 단어가 되어서는 안 된다.
회복 이후에도 많은 아이들은 식단 관리나 생활 조정 같은 도움을 통해 자신의 상태를 유지한다.
그것은 약점이 아니라, 넘어지지 않고 더 멀리 가기 위한 도구다.
회복이라는 결과가 주어지지 않더라도, 치료는 여전히 의미가 있다.
아이가 조금 더 편안하게 잠들고, 조금 덜 아픈 몸으로 하루를 보내며, 조금 더 안전하게 세상을 경험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치료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
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의 얼굴
우리가 치료를 이야기할 때 떠올리는 아이들은 추상적인 존재가 아니다.
말하지 못해 몸으로만 고통을 표현하는 아이,
감각이 너무 힘들어 하루 종일 울부짖는 아이,
잠을 이루지 못해 밤과 낮이 뒤서까인 아이,
위장의 통증 때문에 스스로를 해치는 아이,
위험을 인지하지 못하고 도로로 뛰어드는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의 행동은 '문제'가 아니라, 견딜 수 없는 고통의 언어다.
이들에게 치료란 자폐라는 특성을 없애려는 시도가 아니라, 지금 겪고 있는 통증과 혼란을 줄여주는 일이다.
희망을 말할 자격
결국 선택은 개인과 가족의 몫이다.
아이의 상태를 가장 가까이에서 보고 느끼는 사람들은 바로 그 가족이다.
우리는 그 선택을 가능하게 하는 정보와 환경을 열어두어야 한다.
말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치료 기회까지 함께 닫아버려서는 안 된다.
희망은 결과에 대한 집착이 아니다.
희망은 아이의 삶을 향한 책임 있는 태도다.
어떤 모습의 아이든, 어떤 속도로 나아가든,
아이에게 더 건강하고, 더 안전하며, 더 행복한 하루를 누릴 자격이 있다는 이 단순한 믿음.
바로 그 믿음이 우리가 치료를 이야기하고,
여전히 희망을 말할 자격이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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